전신마비의 장애를 딛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파하는 성악가가 있다. '바퀴 달린 성악가' 이남현(33)이다. 서울 용산역 야외광장에서 처음 만난 그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했지만, 건장한 체구를 가진 밝은 사내였다. 쌍꺼풀 진 큰 눈은 맑아보였다.
이남현 뮤직비디오
◆ 전신마비 사고 '절망의 삶'
서울에서 태어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이용천(61)씨를 따라 전남 목포로 내려갔다. 노래를 곧잘 부르고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중학교때 누군지도 모르는 성악가의 노래를 듣고 몸에 전율을 느낀 뒤 전남예고에 들어가 성악을 처음 배웠고, 대학에서도 성악을 전공했다.
그러나 제대 후 2004년 여름 그의 날개는 꺾였다. 친구들과 수영장에 놀러갔다가 다이빙을 하는 순간 '번쩍' 번개가 치는 듯 눈앞에 빛이 비쳤다. 다이빙할 때 몸이 쏠려 수영장 벽면에 뒷머리를 부딪힌 것이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30분 동안 물 속에 잠겨 있었지만, 친구들은 그가 잠수를 하는 줄 알았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가 폐에 찬 물을 빼내고, 6시간에 걸쳐 수술을 했다. 부러진 목뼈 조각 수십개를 제거하고 골반뼈를 목에 이식하는 대수술이었다.
수술 후 그는 눈으로 천장을 보는 것 외에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의사는 "척추 손상으로 어깨 밑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 더 이상 노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시의 충격은 상상할 수도 없죠. '차라리 저의 목숨을 거둬가시지 왜 이렇게 고통을 주시나요'라며 하느님을 원망했어요."
◆ 노래하며 '희망'을 찾다
삶이 고통이고 절망이었던 그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다가왔다. 어느날 통원 치료를 받으러 병실로 이동하던 중 어린이병동에서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 소리를 들었다. 창밖에서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는데 한 아이가 문을 열고 그에게 "들어오라"고 손짓을 보냈다. 아이들은 율동과 함께 동요를 부르며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태어날 때 부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었죠. 그런데 모두 티없이 해맑았어요. 천사 같았죠. 나보다 더 나을게 없는 상황에서 희망을 갖고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저도 노래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이후 그는 교수, 의사들을 찾아 다니며 "노래를 하고 싶다. 방법을 가르쳐 달라"며 하소연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불가능하다"였다. 담당의사는 "당신의 폐활량은 일반인의 20∼30% 수준이다. 특히 척추신경 손상으로 복식호흡을 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 말하는 것 조차 버거울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 목표는 노래 한곡의 1절만 부르는 것이었다. 1년 동안 '도레미파솔라시' 7음계만 외우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결국 2년이 지나 '청산에 살리라'의 1절을 부를 수 있게 됐다.
"사고 후에 숨을 모아 한숨을 쉴 수 없었고, 숨을 모아 기침도 할 수 없었죠. 노래 한곡을 부르던 그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 수많은 무대 '행복 전도사'
요즘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희망'을 전파하고 있다. 그를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2011년 9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금난새가 지휘하는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지난 1월에는 KBS1 '강연 100℃'에 출연해 '숨'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에세이집 '나는 지금이 좋다(터치북스)'는 책도 냈다. 오는 15일 오후 7시30분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KBS 교향악단과 Soul Player가 함께하는 제 10회 오케스트라의 신바람'에서 바리톤 김동주와 한무대에 선다.
"노숙자 분들 앞에서 노래 부르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공연을 마치자 한 노숙자께서 올라와 제 손에 빵을 쥐어 주시며 '다시 한번 살아보겠다'고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저도 가슴 뭉클했죠."
그는 장애인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삶을 계속 살 것이다. 이를 위해 성악 본고장에 가 좀더 공부하기를 원하고, 장애인을 위한 학교도 만들고 싶어 한다. 뜻을 같이하는 독지가와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사고 당시 정성을 모아 2700만원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올해 초에는 남현씨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가끔 정상일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아요. 그때마다 전 '지금이 좋다'고 하지요. 사고를 통해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삶을 사는 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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