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 이야기

성장사회에서 행복사회로

 

 

"성장사회에서 행복사회로 거듭나려면 국내총생산보다 국민행복지수에 초점 맞춰야"

  

프랭크 딕슨·영국 글로벌시스템체인지 연구소 소장   (조선일보 2011.01.07)

 

행복을 말할 때 학자들은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개인이 얼마나 행복하게 느끼는가' 그리고 '사회가 개인의 행복을 얼마나 보장하는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숫자로 상징되는 '()'의 증가를 발전의 기준으로 삼아 사회정책을 수립했다. GDP는 이혼 소송을 하거나 항암 치료를 받거나 장례식을 치를 때도 올라간다. 이런 GDP를 과연 행복의 잣대로 삼을 수 있을까.

GDP를 중시하면서 많은 사회는 돈에 큰 비중을 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원을 무자비하게 해고하거나 환경을 해치고 싶은 CEO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CEO가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결정을 내리는 까닭은 이들의 초점이 '수익'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번영하는 사회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물질적 부를 추구하다가 원래의 목적은 어느새 망각하고 ''이라는 수단만 남게 되는 것이다.

부탄이 1970년대 GDP의 대안으로 도입했고 최근 영국·한국 등이 추진 중인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 행복 지수)'는 돈에만 초점을 맞춘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다. GNH는 식량·거주지·의료 등 생존을 위한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소득 증가가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GNH는 또 몇몇 부자나 권력층이 아닌 자영업자와 피고용인들을 위한 행복에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둔다(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평균의 2배다). 여러 국가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사장'이 아니라 자영업자나 피고용인, 혹은 이들에게 의지해 사는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나 피고용인이 불행하고 일부 지배층만 만족하는 사회를 '행복한 사회'라 부르기는 어렵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적 성장을 달성한 나라지만, 안타깝게도 OECD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불명예를 함께 안고 있다. 한국은 GDP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은 대표적인 국가였지만,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이 달성된 후 GDP는 사회의 행복을 나타내는 잣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순간이 온다.

사회의 행복을 측정하는 데는 돈 이외에도 수많은 정교한 요소들이 필요하다. 최근 쏟아지는 행복과 관련한 수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존의 요건들이 충족된 후엔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고, 즐길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수록 행복이 증가한다. 물질에만 집착해 이처럼 쉽고도 중요한 행복의 조건들을 간과한다면 행복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